시골집에 매실 따러가서
지난 현충일부터 자율휴업일로 이어진 모처럼 4일간의 연휴가 되어 서울에서 주섬주섬 챙겨 상쾌한 새벽 공기 마시며 5시경 출발하여 전북 정읍에 있는 시골집을 향하여 향운님이랑 즐거운 마음으로 둘이서 오붓하게 내려가니 8시반경이었다. 우리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아무도 살지않는 이 텅빈 집인 시골집에는 매실이 주렁주렁 달려있으면서 때가 지니면 그대로낙과되고야 만다.
올해는 때를 잘 맞춰서인지 매실나무가 우리한테 어서와서 제 때에 매실 따달라고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시부모님 살아계실 적 우리를 반겨주듯이 고향집은 언제나 변함없이 아늑하고 정겹고 푸근하기만 했다. 잠시 시부모님 상념에 잠겨 마음 한켠에 텅빈 것 같았지만 이내 매실과 꽃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실은 작년, 재작년에도 서울생활이 바쁘다보니 제 때에 내려가지 못해 매실이 다 떨어지고 난 뒤 시골집에 내려가다 보니 매실 수확을 제대로 하질 못했었고, 나무에 달린 매실은 황매실처럼 노랗게 익어버렸었다.
올해는 개울가 공사로 매실나무 큰나무 2그루를 옮겨심은 탓에 옮겨심은 매실나무가 힘들어서인지 열매가 잘아서 그 2그루는 따질 않았지만 나머지 매실나무에는 옹기종기 다닥다닥 달라붙은 매실을 우리가 먹을 만큼 보다 훨씬 많이 따서 매실주와 매실효소를 담그고 왔다.
뜰보리수 역시 너무 많이 열려 크기가 작고 아직 따기엔 너무 일러 따갈 수 없음에 조금 안타까웠지만 전주에 사는 친구인 가인을 오라고 해서 함께 대충 익은 것 따서 효소 담그고 왔다.
내년에는 뜰보리수도 꽃이 너무 많이 피었을 때는 꽃을 따주고 퇴비도 듬뿍 주어야 열매가 좀 클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해를 거듭할수록 농촌생활을 몸으로 체험하며 뭔가를 터득해가는 우리는 언제나 농촌생활의 미숙련된 그러나 전원생활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서울사람들이다.
매실나무와 그 동안 틈틈이 심어둔 꽃들이 해마다 텅빈 집 잘 지키며 꽃 피워주고 과육을 살찌우면 우리는 제때에 맞춰 수확하려고 또 예쁘게 핀 꽃을 보러 가끔 텅빈 시골집을 내려가곤 한다. 시골집에는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어 불편하지않고 내려가면 공기좋고 마음 푸근해 너무 좋기만하다. 어여쁜 여러가지 꽃나무들과 매실나무, 살구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모과나무, 산수유, 체리나무, 머루나무는 주인이 없어도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잘 자라주어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주인사랑 듬뿍 주지못해 안쓰럽고 오히려 미안스럽기만하다.
철따라 꽃들이 심혈을 기울여 아름답고 곱게 핀 꽃들인데 일일이 사랑의 눈으로 봐줄 수 없음에 미안하기만하다. 올해도 수수꽃다리, 불두화, 영산홍, 명자꽃, 모란꽃, 작약꽃, 금낭화, 복수초, 무스카리, 노란창포, 보라붓꽃, 원추리, 수선화의 아름다운 자태는 이미 다 사라지고 꽃씨방들이 대신 우리에게 미소 지으며 미안해하지 말라며 우릴 반겨주는 듯하다.
뒤뜰에 한참 노랗게 흐드러진 돌나물꽃이 무리지어 피어있어 너무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봤다. 돌나물도 마을에 내려가 캐러다니니 귀찮아서 심어두었더니 올해는 뛰뜰을 아예 돌나물이 장악을 해버린 셈이다. 돌나물의 번식력에 새삼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매실밭 담 대신에 심어놓은 쥐똥나무가 내 키를 훌쩍 넘도록 잘 자라 가슴 높이로 깨끗하게 전지를 해주었다. 쥐똥나무의 하얀꽃에는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모으느라 정신없이 모여든다. 그 꽃향기가 좋은데 너무 진해 매실 따는데 향기에 취해 정말 속이 미식거리고 울렁거릴 정도였다.
쥐똥나무 아래에 자리잡은 맥문동도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맥문동도 몇해 전 부산 화엄사에 각성스님 친견갔다가 그 곳에서 씨를 받아와 냉동시켰다 밭에 씨를 심었는데 보통 발아가 잘 안된다는데 성공해서 현재까지 잘 자라고 있는 녀석들이라 더욱 애착이 가고 정감이 간다.
앞마당에는 노란 낮달맞이꽃, 겹으로 피는 스텔라원추리, 삼잎국화가 그 하나하나의 꽃사연을 들려주는 듯하다. 이 꽃을 보노라면 이 꽃을 분양해준 광주에 사는 아는 언니가 생각이 난다. 언니! 건강하게 잘 계시지요? 잠시 맘 속으로 언니의 사알짝 안부도 물어본다.
올들어 우리 시골집에서 처음 꽃을 보여준 보랏빛 자주달개비꽃, 핑크빛 달래꽃에 신기하기만 하고 자꾸 눈이 간다. 달래와 자주달개비도 서울에서 시집간 사연이 있기에.... 우리 학교에서 분양해간 홍초와 해바라기도 잘 크고 있었다.
울 어머니 산소 옆에서 시집간 꽃무릇도 눈길을 주니 파랗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어 고맙다. 추석전에나 벌초하러 가서 꽃무릇 빨간꽃을 볼 수 있으려나 기대를 해본다. 꽃무릇 쳐다보니 친가 부모님 생각에 잠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부모님 계신 영광 불갑산 선산이 꽃무릇 집단 군락지이기에 꽃무릇이 이 곳으로 시집 온 것이다.
초롱꽃은 꽃대를 세워줘야할 만큼 키가 훌쩍 자라서 지지대를 꽂아 고정 해주었지만 초롱꽃도 역시 꽃은 볼 수 없이 일년을 날 것 같아 안타깝고, 흰접시꽃, 백합, 참나리꽃도 꽃봉오리만 바라보다 왔으니 올해도 못 볼 것 같은 생각에 미안한 깃든다.
마당 풀밭에는 연보랏빛 지칭개와 하얀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예뻐서 사진 담아두고 약모밀도 하얀꽃을 피웠다고 저도 봐달래서 사진 담아주었다. 담벼락에는 우산나물이 눈인사를 보내와 사진으로 화답을 보냈다.
담벼럭 밑에 양회도 잘 자라고 있어 추석 무렵에 꽃대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쌉스름하며 향이 좋고 섬유질이 많아 건강에 좋은 머위대가 쑥쑥 튼든하게 잘자라 먹을 만큼 수확을 했는데, 취나물은 딸때가 늦은지라 너무 자라 올해도 취나물은 맛도 못보고 말았으니 가을에 취꽃이나 봐야겠다. 쑥, 쇠무릎,왕씀바귀는 파랗게 잘자라 예초기 돌리기 전에 잘라와 황설탕에 버무려 각각 효소를 담궜다.
이른 봄에 개울공사로 인해 부추밭이 없어질 상황이라 부추를 파다심었는데, 죽었는지 풀숲에 파묻혔는지 이번에 눈도 제대로 못 맞추고 와서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서울 우리 아파트에서 시집간 연분홍 술패랭이 꽃이 피어있길래 더 예쁘게 잘 자라게 하려고 술패랭이 꽃밭에 풀 뽑아주다가 손목에 벌에 쏘여 얼마나 깜짝 놀랬는지 모른다. 요즘 방송에서 조심하라는 살인진드기가 무서워 장갑도 끼고 긴팔 셔츠도 입어서 무장을 단단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벌에 쏘일 생각은 털끝 만큼도 전혀 하질 못했는데 물릴 줄이야....
나도 모르게 벌이 소맷부리로 들어와 손목을 쏠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쏘이니 살인진드기가 무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지 정말로 까무라쳐 죽는 줄 알았다. 벌을 쏘인 뒤에 혼자 따끔거려 방방 뛰고 터니깐 벌이 날아감을 볼 수 있어 '살인진드기는 아니구나!'하고 안심을 했다.
벌에 쏘여보기도 처음인 상황이라 손목이 그 따끔함이 실감이 난다. 희한한 상황은 양손 엄지손가락이 늘 불편함이 있었는데 제대로 봉침을 맞았음인지 벌 쏘인 손목 쪽 엄지손가락이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가려워서 한 동안 애 먹었지만 벌 쏘인 득실이 여기에 있었다.
감나무에는 노오란 감꽃이 피어있으니 어릴 적 감꽃목걸이 만들어 목에 걸고, 감꽃 주워서 소반 지으며 소꼽놀이 하던 그 때가 그립고 생각나 타임머신을 타고 살짝 구경을 하고 왔었다. 가을에는 먹시 따서 곶감을 깍고 말리고 또 감홍시로 앉혀먹고 미처 홍시를 못 먹어 남으면 일년내내 냉동시켜 여름엔 감아이스크림으로 먹고있고 또 따다가 깨진 것은 아까워 감식초 만들어 먹는다.
올해는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선물로 사주신 '엉덩이앉을개(?)'라 이름 부치려니 좀 그렇지만 선물주셔서 너무 편하게 매실 따면서 주저 앉아 일하기가 너무 좋았다. 어느 봄날 교장선생님과 전원생활이야기 도중 '엉덩이앉을개' 이야기가 나와 저도 시골 가면 하나 구입하려고 한댔더니 잊지않으시고 선물로 사주셨던 것을 이번에 가지고내려와 사용하니 너무 좋았다. 참고로 울 학교 교장선생님께서는 양평에서 출퇴근하시면서 전원생활을 하고 계신다.
이렇게 시골집에 매실 따러가면 몸은 좀 힘들지만 아기자기한 꽃사연 들으며 건강해지라고 먹을 것 챙기며 맑은 공기 마시며 자연의 품안에서 생활하다 오면 너무 행복하고 좋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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