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깊어만 가는데/노란장미
아침이면 시끄럽게도 울어대던 쓰르라미도 매미도 어느 새 다 가버렸나보다.
벌써 낼 모레면 9월도 해놓은 것도 없이 아쉽게 지나간다.
그리고 3개월 뒤엔 무자년 올해도 문을 서서히 닫겠지.
며칠 전 멋 모르고 여름 날씨인 걸로 착각하고 브라우스 차림으로 그냥 외출 나갔다
밖에 나가보니 이거야 기온이 내려가 영 아닌데 싶다.
결론은 그대로 외출 나갔다 추워서 정말 혼났다.
집에 다시 와서 옷 갈아입을 시간적 여유가 안되서 그냥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등짝에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살갗이 시렵다.
엊그제만해도 여름 날씨였는데 벌써 이렇게 가을이 우리 몸을 파고들 정도로 온 것이 의아하다.
햇빛을 찾아 나서보지만 찬바람이 불어오니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래도 춥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친구를 기다리는데 추워도 어딜 들어갈 처지도 못 되버렸다.
친구의 전화가 바뀌었는데 깜박하고 적은 걸 안가져왔으니 말이다.
다른 친구도 전화요금 선불제를 후불제로 바꾼다고 얼마동안 전화를 못 쓴다고 해서
그래서 연락할 방도가 없어서 오직 친구를 밖에서 기다려야만 했는데
원래 추위를 잘 타는 편이고 산후풍으로 약한 허리가 정말 뼈가 시릴 정도다.
남들은 그런다고 웃겠지만 난 그렇다는 말이다.
주변을 살펴보니 창고정리를 한다고 옷을 잔뜩 벌려놓은 가게가 눈에 띄어서
친구 기다리면서 친구가 오는지 곁눈질하며 겉에 받혀입을 싸구려 가디건을 사서 입었다.
그랬더니 한결 등이 따뜻해서 이젠 살 것만 같았다.
원 세상에 하룻밤 사이에 여름에서 가을로 이렇게 깊어만 가버린걸까?
이렇게 정말 추울 수가 있을까?
전날 잠을 설치고 컨디션이 안 좋긴했지만 정말 의심스럽다.
밖에서 덜덜 떨고 있는데 친구가 영 나타나지 않는다.
좀 뒤늦게서야 친구가 나타났다.
그 이유는 친구도 밖에 나와보니 너무 춥더란다.
그래서 처음엔 저처럼 그냥 간다고 한참을 갔는데 추워서 도저히 안되겠더란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옷을 도톰하게 바뀌입고 오다보니 늦은 거라 한다.
가을이 깊어만가니 추위부터 찾아와 추위 타는 저는 겨울 오는 게 벌써부터 겁이 난다.
가을이 깊어가면 아무 시름없이 단풍산행과 단풍놀이를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서민들의 삶이 더욱 추위에 움추려들 거 같아 서민인 저도 월동준비에 걱정부터 앞선다.
그렇지만 추위가 온다고 움추려 들지말고 옷이라도 하나 더 따뜻하게 껴입고 더욱 건강에 힘쓰며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며 어려움을 스스로 헤쳐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곁에 슬며시 찾아온 아름답고 곱게 물들어갈 깊어가는 가을을
더욱 멋지게 보람되게 보내야 할 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