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술패랭이꽃 사연
지리산 노고단 입구에는 모형 노고단을 만들어 놓고있어 늘 새벽 4시경 산행하면서는
이 모형 앞에서 사진을 담고가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간 지리산 피아골 산행에서는 일부러 노고단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개장시간대(오전10시~ 오후4시)에 맞춰 노고단을 올라갔다.
노고단을 오르는 길에는 온갖 야생화가 나를 부르고 있어 설레임에 행복하기까지 했다.
평소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지리터리풀 하며 노란애기원추리, 산오이풀, 곰취꽃, 참취꽃,
갈퀴나물꽃, 동자꽃, 이질풀꽃, 짚신나물꽃 등등 여러종류의 야생화 평원이 펼쳐진다.
정말 흰구름과 어울어진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들었다.
나는 또 한가지 평소 잘 볼 수 없는 "흰술패랭이"를 본 순간 길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흰술패랭이를
예쁘게 접사하려고 정신이 팔려 열심히 흰술패랭이꽃을 담고있었다.
내 옆을 지나던 한 여대생쯤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 벌금물어요." "
지금 단속요원이 여기저기 쫙 깔렸어요." 하는거지 뭐예요.
그래서 깜짝 놀라 얼른 담고 나왔는데 한 20여분 별탈없이 꽃을 담으며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단속요원이 먼 발치에서 저를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단속요원이 저를 부르지 뭐예요.
순간..... 앗차!.... 아까 내가 술패랭이 담을 때 했던 내 행동이 뇌리를 스친다.
단속요원이 저보고 선생님 조금 전 가지말라고 해놓은 곳에 들어가셨죠?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네!
이럴 때 무지를 내세우는 수 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저는 그냥 꽃 담느라 정신없이 모르고 몇 발짝 내려갔는데 뭐 문제인가요??
단속요원이 50만원 벌금딱지 끊는다는 푯말 못 봤냐고 따진다.
"못 봤는데요....어디에 있어요?....벌금무는 거에요??".....(왕내숭을 떨며)
안하무인격인 이 아줌마의 무지함에 단속요원의 입이 떡 벌어지는 거 같다.
실은 저는 꽃보고 사진담는데 바빠 푯말 보지는 못했지만 푯말을 사진으로는 잘 담아놓았지요.
집에 와서 푯말을 보니 확실하던데....ㅎㅎ
여대생한테 들어서 그 후론 알고있지만 무조건 " 잘 몰랐다. 미안하게 됐다."고 50만원 벌기위해서
단속요원한테 싹싹 빌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
다행히 50만원 벌금을 모면을 하고 담아온 술패랭이를 보면서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산행시 "가지말라는데는 가지말고 지킬 건 꼭 지켜야된다."는 걸 실감하면서
아침에 제 잘못 시인하고 이실직고하고 갑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