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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방]

나의 농촌생활 체험기/노란장미

by 노란장미(아이다) 2008. 9. 15.

 

 

 

        

 

   나의 농촌생활 체험기/노란장미

 

     엊그제 봄이었는데 벌써 대추살이 통통찌는 천고마비의 게절인 가을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벌초하러 갈 겸 가을에 쓸 김장용 배추와 무 씨앗 뿌리러 시골엘 갔었다. 

     시골 내려가면 잠시나마 정신없던 도회지생활을 탈피하고 컴퓨터중독 잊어버리고

     일주일정도 정겨운 자연에 푹 파묻혀 처녀농삿꾼이 되어본다.

 

     아무도 살지않는 물 좋고 공기 맑은 조용한 정읍 시댁에 내려가 둘만이 오붓한

     소꼽놀이하는 것 처럼 자연과 사뭇 친해져 본다.

     나이가 들어감인지 자연이 정말 아름답기만하고 스스로 내 몸이 거부하지 않음에

     또 야생화와 자연을 거부할 수 없음에 나이 먹은 게 안타깝고 서러워 때론 혼자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저는 도회지에서 자라 농사라곤 전혀 모르고 자랐지만 나이들면서 새로운 산경험을

     해보는 재미에 소꼽놀이 처녀농삿꾼이 된 것이다.

     시골 내려가면 때론 밭일이 하고파 새벽잠 설치며 새벽 다섯시부터 혼자 일어나

     향운님 깰까 봐 쌀짝 여닫이문 밀고나와  맑은 공기 마시며 샛별보기운동을

     열심히 한다.

 

     새벽녘에도 가로등이 훤히 켜있어 텃밭을 일굴 수 있음에 혼자 상큼한 흙냄새 맡으며

     싱그러운 귀뚜라미 여치등등 풀벌레소리 들으며 자연과 동화되어 간다.

     누가 일하라고 시키면 그리 못할 게다.

     혼자 소꼽놀이처럼 재미있어하는 농삿일이니 망정이다. 

 

     밭에 있는동안 가끔은 내가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도 든다.

     길가는 동네사람들이 우리 둘이 하는 농삿일이 어설퍼 사사건건 알려줄려고 거드느라

     참견하고파 그냥 못 지나가신다.

     길가며 농사짓는 우릴 보고 곁눈으로 힐끔거리고 웃고 돌아서시기도하구 말이다.

     둘이 농삿일을  열심히 해놓으면 자기들 눈에는 뭐가 잘못됐는지??

     진즉 먼저 물어보고 하지 그랬냐는 등등....

     동네사람들 눈에는 둘이 소꼽놀이하는 농삿일이 마냥 우습기만 하나보다. 

 

     재작년 그러니까  6월 중순경 잘 익은 토종매실 따러 내려갈 적부터 자연스레 시작된

     나의 농촌생활이다.

     그 전까지는 남들이 우리 텃밭에 농사를 맘대로 짓고 나무 심는다고 비켜달래도

     도대체 우리 말을 듣지않고 제철에 우리가 못 가면 또 동네사람들 맘대로 씨앗

     뿌려놓고 밭을 비켜주질않는다. 

     그 전까지는 가을에 감은 따다먹기도하고간혹  못 가면 까치밥으로 날리기도 하고

     매실도 누가 따먹는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그래 재작년부터 매실따는 철에 내려가 매실 따고 동네사람이 지은 마늘 캘 때 됐길래

     우리 있을 때 억지로 마늘 캐게하고부터 우리 밭 우리가  농사짓는 기득권 잡으려고

     하다보니 자연스레 우리의 농삿일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처음이라 농삿일이 뭘 아는 게 없으니 매실도 둘이 손으로 낱낱이 하나 씩 따고 있으니

     동네사람들 보기에 한심스러운지??

     언제 손으로 다 따려고 그러냐는 거다.

 

     농삿일을 전혀 모르니 머리가 회전이 안되어 작년 재작년에 저지른 에피소드를

     지금 생각하면 웃음 나오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뒤부터는 그분들이 알려준대로 바닥에 널따란 포장 깔고 대나무 막대로 둘이서

     매실나무를 토닥토닥 완전 두들겨팬다.

     그러다보니 재작년에는 개천으로 매실이 다 떨어져버리고 남는게 별로 없다.

 

     올해는 요령껏 포장 잘 펴서깔고 머리를 써서 매실을 따니 매실량이 배가 된 거 같다. 

     봄이면 매실따서 매실주와 매실엑기스 담그고 100여일후 담궈둔 매실주 짜러가고

     하다보니 텃밭에 수북히 자라난 풀과의 전쟁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남들은 우후죽순처럼 자라나는 풀을 죽이는 농약을 치라고들하지만  농약 치고나면

     결국 내가 먹게될 농약이 싫어 저는 죽어라하고 시골만 내려가면 잡초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잡초처럼 질긴 인생이라면 생을 결코 쉽게 포기할 수 도 없고 은근과 끈기로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나만의 '잡초철학'이 눈에 보인다.

     나도 이제부터라도 잡초처럼 생을 더 끈질기게 열심히 살련다....ㅎㅎ 

     정말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고 어떤 수단방법 가리지않고 어떻게든 다시 살아남아나는

     칠전팔기의 불굴의 오뚜기정신 바로 그것이 '잡초철학'이다. 

 

     처음엔 호미 들고 손으로 풀을 뽑다가 손가락이 아파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잡초의 힘이 얼마나 센지 60kg가 다 되는 나를 풀이 이겨먹는다 .

     그래서 다음으로는 낫으로 베다가 그것도 역부족이라 생각다 못해 

     올해는 벌초하러갈려고 구입한 예초기를 잡아돌려 잡초를 갈갈이 작살을 내놓고

     밭에 호스로 물을 흥건히 주고 저녁무렵 잡초를 뽑아내는 잔머리를 써본다.....ㅎㅎ

     향운님은 잡초한테 두손들고 항복하고선 풀약을 하시자구 성화를 부리시지만

     저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지요.

     풀 못 뽑으면 풀이랑 같이 살지요.....ㅎㅎ 

 

     저는 풀과 함께 제가 텃밭 일구는 일을 그만 두는 날까지 끝까지 공존할거랍니다. 

     농약  칠바엔 서울에서 돈주고 편히 앉아서  농야 듬북 준 채소 사먹으면 되는 것이지

     이 고생을 일부러 사서 뭐하러 하게요. 

     우린 다시 풀 뽑아내고 유기농거름 뿌려주고 까만비니루 땅에 치고 배추 모종을

     정성스레 심고, 무씨앗을 정성스레 한 구멍에 두세알씩 뿌리고 왔지요.

     올 김장배추와 무가 무럭무럭 커서 잘 되어야 할텐데....ㅎㅎ 

 

     또 우리 둘이 생전 처음 해보는 도배지와 문풍지도 발라보는 첫경험을 했다.

     농촌소꼽놀이하다 서로 의견이 안맞아 가끔 둘이 토닥거리기도 하고요....ㅎㅎ 

     그래도 시집가기 전 어머니가 알게 모르게 가르쳐주셨던 방법과 어릴 적 기억과

     눈썰미를 총동원하여 둘이 도배를 마치고 문풍지 바르는 것을 완성했다.

     정말 시골 내려가면 둘이 상머슴에 종년이 되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하다.

 

     뭐 그리 할일이 많은 지??

     피마자 연한 이파리 따서 말려두어 정월보름날 나물거리 만들고,

     빨간 고추도 따서 말리고, 서울가서 먹을 파란고추도 따고 할일이 많기는 많다. 

     농촌에 가면 할줄 모르는 일이기에 둘이 더 덤벙대고 헛수고하느라

     헛시간도 많이 흘러보낸다.

     그래도 호주머니에 디카는 담고 일하다가도 야생화나 거미나 방아깨비 등등 

     아름다운 자연을 담으면서 시간을 소비하기도 한다. 

 

     그래도 시골에 내려가면 무공해 야채 먹을 게 많아 좋기만하다.

     봄에 심어둔 싱싱한 무공해 유기농고추 따서 된장에 찍어먹고,

     청양고추 송송 썰어넣고 얼큰하게 호박잎 짓이겨 된장국 끓여먹고,

     몸에 좋은 고들빼기 고추장에 새콤달콤 맛있게 무쳐먹고,

     호박잎 쪄서 청양고추 송송 썰어두고 양념장 만들어 맛있게 싸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랏빛 예쁜 어린 가지 따서 쪄서 파 마늘 송송 썰어넣고 참기름에 무쳐먹는다.

     가을 찬바람 불 적 가지나물 맛이 여름에 먹을 때보다 훨씬 일품이다.

     또 호박따서 송쏭 썰어 갈치밑에 호박양념해서 깔고 갈치조림 해먹는 맛에

     노란장미 뱃살통통 얼굴통통 살이 쪄왔답니다. 

 

     10월 초순경 조금 더 찬바람 불면 다시 시골 내려가 매실주와 매실엑기스를

     짜러 갈 거랍니다.

     이렇게 가끔 조용한 시골 내려가 머리 복잡한 서울생활 잠시 접고

     유기농채소밭 일궈 몸에 좋은 유기농채소로 보약 많이 해먹으며 건강하게

     정신과 몸을 살찌우고 오붓하고 보람찬 농촌생활을 마무리 짓고 시골생활의

     아쉬움을 남긴 채 며칠 전 서울로 돌아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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