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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방]

E.S가 전학을 가다

by 노란장미(아이다) 2018. 3. 12.


 

  ES가 전학을 가다

 

   유달리 얼굴이 창백하고 여위어 보인 ES는

3년 전 따스한 봄날 전학 와서 특수학교인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나랑 인연을 맺고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중학교 3학년생으로 전학 와서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전에
서울에서 다시 타지역인 경기도 어느 학교로 전학을 갔으니 말이다.


전학간 사유는 그룹 홈 하는 숙소가 이사를 가게 되어 ES도 전학 갈 수 밖어 없었다.

전학가기 전 일주일 동안은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한성대입구역에서 하차후
한성대입구역에서 4호선을 타고 금정역에서 내려

다시 경기도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곤 했다.


그러니까 학교를 오가는데 왕복 너댓시간을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다니더니
결국 등하교 시간이 너무 길어서 결국 전학을 가게 됐지만
그 동안 ES가 힘들었지만 우리 학교가 적응이 되어 정이 들었고
학교에 오는 게 마음 편하고 즐거워 ES가 딴 곳으로

전학가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ES의 마음 한켠에는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힘들어 용쓰는 것이었지만

결국 그렇게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ES를 처음 만났을 때는 무연고 아이로 뭔가 두려움으로 가득찬 모습으로

눈을 내리깔고 고개숙인채 연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곁눈질로 주변을 살피고

학생이든 선생님이든 간에 주변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살피기 일쑤였고

하교길에 교문을 나서는데도 학교 앞 골목에 아무도 없어야

그때서야 숨기던 몸을 내밀고 바삐 걸어가곤 했었다.


ES는 늘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고 이동 수업하느라 운동장을 지나갈 때도
항상 같은반 친구의 등 뒤에라도 허리 구부려 숨어다니기 일쑤였고
남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눈을 맞추지도 못하고

늘 땅을 응시하며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ES는 무슨 사연인지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담임선생님께서 불쌍한 아이니까
사랑을 듬뿍 많이 주시라는 당부의 말씀만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그런 다음 날부터 나는 ES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로 마음먹고 말도 걸어봤지만
겨우 코로 대답만 할 뿐 차겁게 굴고 시큰둥 했다.
전학 왔을 땐 안색도 허옇게 안좋고 몸도 허약하니 아주 말라보여

먹을 간식과 선물도 날마다 등하교시 챙겨주면서 일부러 말을 걸곤 했다.
선물을 줘도 고마워 할 줄도 모르고

선물을 전해주면 남이 행여나 볼까봐 얼른 받아
호주머니나 가방으로 잽싸게 쏙 집어넣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안했던 것처럼 늘 행동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선물을 받으면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을 가르치곤 했다.
가르쳐주면 그 뒤로는 잘 따라해 ES가 이쁘기만 해

선물도 더 잘 챙겨주며 나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나만이 줄 수 있는 사랑을 듬뿍 주었다.
인사 예절교육도 빠뜨리지않고 시켰고

남들 앞에서 크게 말하는 자신감도 심어주곤 했다.
 
 
ES는 어느 날 부터 나에게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기 시작했다.
그룹 홈하는 곳에서 함께 사는 형의 흉을 보기도하고

수업시간에 불만이 있으면 털어 놓기도하며

한걸음 나에게 다가와줘 고마웠다.


나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하교시간에 손에 들려주기도하고

신경을 써주었다.
ES는 여름방학에 태국여행을 다녀와서

예쁜 코끼리 열쇠고리를 선물로 사오기도하며
나한테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심적으로 뭔가 편안하게 기대기 시작했다.


학교생활도 무난히 잘 했고 숨어다니는 행동도 차차 없어지고

정말 몰라보게 좋아져보였다.
그러던 아이가 전학을 간다니 너무 서운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지만 ES장래를 위해 전학을 가야한다니 보낼 수 밖에....
드디어 겨울방학 전날 전학을 갔다.
 
 
겨울방학을 지나고 신학기가 돌아오니 반가운 소식이 왔다.
ES가 새로운 학교에서 반장이 됐다고 카톡이 왔다.
어찌나 반갑던지 정말 잘된 일이었다.
ES가 무엇보다도 새로운 곳에서 스트레스 안받고 적응을 잘하고 있다니
그보다 반가운 소식이 없다.
ES야!
새로운 학교에서 적응 잘하며 공부 열심히 한다니 정말 안심이 되는구나.
이젠 나도 ES를 믿고 있으니 잘 커서 훌륭한 사람되어 주길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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