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물들때면/노란장미
가을이 서서히 문틈새로 슬며시 비집고 들어오니
여름이 샘통을 부리는건지 며칠 전에는 때 아닌 천둥에
번개까지 동반하여 몰아치니 여름인지 가을인지 도통 분간이 안간다.
모처럼 촉촉히 내린 가을비 맞으며
저녁무렵 우산 가지고 향운님 마중을 나간다.
가슴으로 스민 바람때문에 나도 몰래 어느 새 옷깃을 여미고 있음에
가을이 내 곁에 성큼 다가왔음에 틀림없다.
가을비 내리자 날씨가 금방이라도 겨울이 닥쳐올 것처럼
싸늘하고 을씨년스러워 바바리 걸쳐입고 길을 나서 나도 몰래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손을 꺼내어 만져보면 아직은 손이 시려운 건 분명 아니었다.
나도 몰래 가을을 타고 있음을 직감으로 느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허전하고 가슴이 차갑고
텅 빈 것 같아서 분명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을게다.
가을이 오면 왠지 짝 잃은 외기러기 마냥 외롭고 쓸쓸하고
왠지 센티멘탈해지며 자꾸 움추려드는 가을을 타는 버릇이 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와 가을비 내리고 기온이 내려가
고운 단풍이 물들때면 늘 그랬었다.
올해도 역시나......
늘 곁에서 보살펴주는 향운님이 계셔 좀 미안스럽지만
내가 보고싶어하고 그리워하는 상대는 따로 있으니 말이다.
단풍이 물들때 쯤이면
문득 파란하늘의 하얀 솜털구름 속에
보고싶은 그리운 부모님의 얼굴이 피오르기도 하고
유학간 아들이 보고싶기도 해 혼자 울컥 눈물이 솟기도 한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친구들이 가끔 그립기도 한다.
얼마나 보고싶은지 꿈속에서나마 얼싸안아보지만
꿈을 깨고나면 일장춘몽이라 허탈하기까지 한다.
단풍이 물들때면 가을을 타느라
나 혼자만이 채워지지않은 목마름을 심하게 느낀다.
이 가을엔 나만의 채워지지않는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생활속에서 기도도 열심히 정진해야지.....!!
만날 수 있는 한 좋아하는 친구들도 만나봐야지....!!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 안기며
산행도 많이 하며 건강해야지....!!
곁에 있는 가족들과 향운님도 열심히 받들고 사랑해야지....!!
붉게 물든 단풍 아래서 마음까지 붉게 물들어 오늘도 행복하다.
해질녘 서산에 걸린 황홀한 해를 바라보며 혼자 뇌까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