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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방]

노란장미 알찬 김장기

by 노란장미(아이다) 2007. 11. 20.

 

        노란장미의 알찬 김장기    

 

 

도회지에서 자라 내 생애 처음 경험해보는 배추 무농사 지어 김장 담근 하찮은 얘기다.

추석무렵 시골 내려가 텃밭에 검정 비닐 씌우고 무씨 한 알씩 한 구멍에 대나무 막대 잘라 구멍내어

무씨앗 넣고 흙덮기를 하는데...

그것도 비를 맞아가며 하는 작업이 즐겁기만 했다.

배추모종도 사서 하나씩 정성들여 심은 것이 어느 덧 먹을만큼 잘 자라주어 김장을 할 수 있었다.

제가 심은 것이 저렇게 잘 자라주니 정말 꿈만 같았다.

지난 번 정읍내려가 배추벌레 잡아주며 농약한 번 안치고 무공해로 키웠는데 김장수확이라니

내가 심은 게 믿어지지 않는다.

올해따라 배추 무값이 아주 비싸 더욱 더 애정이 가는 농사였다.

지난 번에도 무김치와 배추김치 무공해 채소를 먹으니 많이 고소했는데

이번엔 무공해 채소로 김장이라니 마음까지 풍요롭기만하다.

그것도 너무 많아 제가 다니는 절에다  많은 량 배추와 무 시주하고, 사돈네, 친구네, 시누이네,

 여동생네 김장해서 나눠주니

김장싼타 할베(향운님)가 여기 있드라구여.....ㅎㅎㅎ

토요일 아침 일찍 정읍으로 출발하여 친구님네 아들 예식장 다녀와 3시부터 배추작업들어갔지요.

향운님은 배추담당, 저는 무담당되어 배추, 잘 생긴 하얀 무를 쑤욱 뽑으니 어찌나 신나고 재미있던지....

누가 이 맛을 알랴!

5시부터 배추 소금물 풀어 절이기 시작하니 김장 절반은 다했넹!

예식장에서 만난 가인이 그 사이 놀러와서 배추라도 쪼개주니 훨씬 수월하구먼이여.

곁에서 형수씨도 거들어주신다고 팔 걷어부치고 나서셔 그만두라고 시끄럽기만하다. 

향운님은 마당에서 솥걸고 시레기 삶는다고 장작개비를 가져다 불을 놓는다. 

예식장에서 만난 친구들이 놀러와 내장사로, 고창에 국화잔치 놀러가자고 한바탕 소동을 피워

우린 갈 수 없다고 억지로 몰아내다시피 친구들만 보내야만했다.

꽃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노란장미 정말정말 참기 힘들었지요.

어지간하면 갈 텐데....

내일까지 김장을 해 치워야 서울을 올라갈 수 있으니 놀러 갈 겨를이 없다.

향운님은 호박넝쿨 걷어내고, 양파 모종 사서 심고 우린 열심히 자기 할 일을 찾아했다.

어느 새 6시가 넘으니 어두컴컴해져 집에 들어왔다.

일단 배추가 절여지는 시간 동안 눈을 부치기로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름이님이 공개한 장화신고 배추씻기를 하니 발에 물이 안들어가 엄청 좋드라구여....ㅎㅎㅎ

새벽 2시에 일어나 배추 씻어 건져놓고 밤새워 무채썰어 양념감 준비에 혼자 바쁘다.

아침 6시에 다시 한 시간 뜨거운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식사하고 8시부터 다시 김장 작업들어가

속 버무려두었으니 이젠 배추속만 넣으면 된다.

그야말로 김장이 시작 되었으니 정말 번개불에 콩 볶아먹은 것 같다.

밖에 우물가에서 김장하려니 올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 도저히 안되어 작전을 바꿔

집안 마루에서 하기로하니 보일러로 잘 달궈져 엉덩이는 뜨뜻하고 넘 좋았다.

그리하여 혼자서 허리부러질 것같은 정말 힘든 김장을 다 마쳤지요....^&^*

노란장미의 자화자찬으로 김장김치맛은 아주 좋았답니다.

향운님은 운전을 해야되서 잠시 눈을 부치시라하고 저는 아픈 허리가 움켜지고

다시 밭으로 나가 마늘 두어고랑 찬바람과 싸우며 겨우 심고왔는데 누가 시키면 못하지요. 

제맘이 우러나서 즐거운 맘으로 하고싶으니 하는 것이지요.

6시 친구가 사주는 저녁을 맛있게 먹고 서울을 향해오면서 이집 저집에 김치 배달을 마치고

집에오니 한시가 넘었다.

이렇게 몸은 힘들지만 즐거움은 가득한 날이었어요.

제가 직장생활하며 시간 없어 쩔쩔매던 시절 내 친구가 김장해 택배로 부쳐주어

 아주 기쁜 선물 받은 적이 있었지요.

저도 그날을 기억하며 모처럼 제손으로 처음 농사지어 김장선물을 두루두루 했는데

저처럼 기뻐할 지는 모르지만....

정말 바쁜시간 속의 내친구는 전화해서 김치선물에 고맙다고 울기까지하기는 했지만....ㅎㅎ

괜찮아요!....나의 사랑하는 친구야!

저도 언젠가 친구로부터 그런 감사의 눈물을 흘려봤으니 그 눈물맛을 알거든여....^&^*

노란장미의 손맛에 작은 미소까지  곁들여 보내는 나의 김장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