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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

[스크랩] 프라하

by 노란장미(아이다) 2008. 5. 24.
유럽여행(7).... 프라하

요즘 SBS에서 방영되는 '프라하의 연인'이 단연 장안의 화제이다.
프라하에서 세 주인공들이 처음 만나고 그 인연이 서울에서 이어진다는 스토리.
대통령딸이라는 파격적인 인물설정으로 인해 인기를 얻고 있는 면도 있지만
거기엔 '프라하'라는 매력적인 도시에 대한 한국인의 동경도 한몫하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은
프라하광장에 세워진 '얀후스 동상'을 십분 이용하고 있는 점이었다.
원래는 아무것도 없는 동상의 아래 둘레에다
소원을 비는 메모지를 잔뜩 붙여서,
거기다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가설을 세우고,
동상 주위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세 주인공들이 거기서 해후하는
아주 감각적인 연출을 했다.
그것을 보면서 아, 저런 것이 바로 연출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동상에다 이야기를 덧붙여 특별한 곳으로 만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
요즘 뜨고 있는 한류 현상이 결코 우연히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이제 내가 본 프라하 이야기.
유럽여행자들에게 가고 싶은 곳 중에서 몇 손가락안에 꼽히는 프라하.
내가 본 프라하는 기대만큼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유럽의 도시들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볼거리는 있었다.



공산주의를 벗어나 자본주의의 옷을 막 갈아입기 시작한 프라하는
아직도 곳곳에 ‘프라하의 봄’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듯 했다.
카를교위의 조각들은, 그 아름다운 속살들 위에 시커먼 스모그의 옷을 껴입고 
군데군데 시커멓게 변한 모습들이 어떤 것은 그로우테스크하기까지 했다.
뽀오얗고 깨끗하게 유지된 파리나 비엔나의 조각품들과는 달리
프라하의 조각품들은 풍상을 겪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다소 초라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 합스부르크 왕가 전성시대 영광의 흔적과
유럽의 전통적인 예술이 살아있는 프라하 시내를 보려는 관광객들로
프라하 구시가지는  활기있게 북적이며 흥청이고 있었다.
프라하의 구시가지는 작아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오로지 두발로 여기저기 걸어다니며 구석구석을 보는 것이 가능했다.
구 시가지 프라하 광장에서 조금 걸으니 화약탑 그리고 바로 카를교,
유유히 흐르는 아름다운 블티바강...또 조금 힘겹게 걸어올라가니 고성....
서너시간 동안 이 골목 저 골목에 산재한 역사와 전통들을 훑어보며
프라하 시내를 대충 섭렵할 수 있었다.
길에는 돌들을 박아놓아, 다니는데 다소 발이 아프긴 했지만
길가에 옹기종기 죽 늘어선 크리스탈 가게나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느라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몇 번이나 발길을 멈추고 블루 크리스탈 세공품들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빠져들곤 했다.


‘프라하‘에서 으뜸으로 볼만 한 것은 ’카를교‘의 조각들이다.
카를교의 조각들은 과연 다른 나라 다리에서는 보지못한 독특한 형식으로서
잊을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평범한 다리에다가 이런 깊은 역사가 새겨진 조각품들을 세울 생각을
제일 먼저 한 사람에게 아이디어상을 주고 싶은 맘이 들 정도로...
총 30개나 되는 이 조각상들은
모두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나 성인으로 칭송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새겨 놓은 것으로, 다리 중앙에 있는 ‘예수 수난 십자가’상을 시작으로
수십 년에 걸쳐 세워졌고, 저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프라하의 봄’을 짓밟은 소련군 탱크들 탓인지,
아니면 아직도 다른 것에 신경쓸 여력이 없는 정부탓인지
이 조각상들은 아직도 잘 관리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각상들은,
고운 물살로 유유히 흐르는 블티바의 강물,
강 연안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고도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멀리 프라하 성도 한 눈에 들어오는 카를교위엔 관광객들로 넘쳐 흘렀는데,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상인들은
갖은 솜씨를 다해 만든 갖가지 수공예품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 수준은 뭐 별로 볼 것이 없고, 살 것도 못되었지만...





프라하에선 민박을 하였는데, 그 민박집 주인은 다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불법으로 되어있는 민박집의 특성상, 인터넷으로 예약했지만 주소는 전혀 주지 않고,
오는 길만 안내되어 있어, 무거운 가방을 끌고
역에서 20여분간  천신만고 끝에 가까스로 민박집을 찾을 수 있었다.
벨을 누르니 인터폰으로 확인을 한 다음, 계단을 올라오라는 것이었다.
무려 4층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가방을 들고 올라가니,
시설은 깨끗하고 환한 곳이 나타났다.
다행이다 싶어 둘레를 둘러보니
인텔리풍의 하얀 얼굴을 한 사십대 중년 정도의 그 남자가
웃음끼 하나 없는 얼굴로 우리들을 맞았다.
나중에 보니 옆에 가게의 엘리베이터를 쓸 수 있었는데도,
여행객들에게 4층의 계단을 땀을 뻘뻘 흘리며 무거운 가방을 들고 오게 한 것은,
혹시나 민박이 들통날까봐 일체 비밀로 드나들게 한 것이었다.
대충 짐을 맡기고 나와 시내관광을 하면서
그 남자의 웃음끼없는 얼굴이 화제가 되었다.
아마도 유학생으로 유럽에 왔다가 학위를 못하고,
그냥 주저앉아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민박집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닐까 추측했다.
그는 그 집에서 살지 않고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그의 부인은 무던해보이는 여인이었는데
아침식사는 정말 맛있게 정성을 다해 준비해주었다.
프라하의 그 민박집 주인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싸아하고 아프다.
자기의 뜻한 바대로 인생이 따라주지 않더라도,
현재의 현실을 받아들여 운명에 순응하며
최선을 다해 즐겁고 따스하게 여행객들에게 웃음을 나누며 살면 참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한 자락 남는다.




프라하 여행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음악회였다.
프라하 시내에는 크고 작은 고풍스런 교회들이 참 많았다.
인산인해를 이룬 관광객들을 상대로 그날 있을
교회음악회 티켓을 길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체코는 아직 유로화엔 편입되지 않아 물가가 상대적으로 싼탓에
저렴한 교회음악회표를 사서 저녁 8시에 교회를 어렵사리 찾아갔다.
자그마한 교회엔 앞쪽에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부분 뒤나 옆에 파이프가 설치된 다른 곳들과는 달리
음악회를 하기 위해 앞에다 일부러 오르간을 탁자대신 설치한 것 같았다.
파이프 오르간에다 바이올린, 성악이 곁들여진 트리오 연주였다.
파이프 오르간 독주였던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장조’....
장엄하고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던 그 울림...
마치 포효하는 사자의 울음처럼
아니 인간내면의 모든 소리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 같던
그 굉장한 오르간 소리는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것이었다.
아, 이래서 현장음악을 듣는 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비발디의 칸타타‘세상엔 진실한 평화 없어라’등 몇곡의 노래를 부른 소프라노.
양옆으로 몸을 흔드는 스윙의 자세로 노래하는 그녀에게선
다분히 대중적인 호응도를 감안한 흥행사로서의 아부가 느껴졌지만
혼신의 힘을 다한 그 정성만은 높이 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바이올린 주자의 진지하고 수준높은 연주도 아주 볼 만 했고...
하여간 음악에 쏟는 세 사람의 열정으로 인해 작은 교회는 열기로 달궈졌고
열화와 같은 박수가 한동안 이어졌다.



이런 의외의 음악호사로 인해 가꿔진 프라하의 인상을 여지없이 짓밟은 사람은,
오는 날, 아침에 민박집에서 역으로 가는 길에 탄 택시 운전수였다.
민박집 주인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고, 그에 상응하는 잔돈을 바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는 도중에 택시의 미터기를 보려고 해도 영 보이질 않더니
도착하자마자 옷으로 가리고 있던 택시 미터기를 보여주는데,
무려 예상치의 4배나 많은 것이 아닌가?
우리는 강력하게 항의하고 야단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라듸오 택시’여서 비싸다는 것이었다.
웬 라듸오?
라듸오는 듣지도 않았고, 그렇게 멀리 달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실갱이를 하다가 기차시간이 임박하여 할 수 없이 돈을 거의 다 주고
말았는데, 사기당한 기분에 내내 씁쓸한 느낌이었다.
미터기를 조작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손님을 태우고 다닌 미터기를 꺾지 않고
그대로 우리에게 덤태기 씌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로 
체코란 나라,프라하라는 도시를 생각하면
그 사건이 리마인드되어
아름다운 수채화에 검은 먹물이 튄 느낌이 들곤 했다.
돌아와서 민박집 홈페이지에 그 글을 띄울려고 했는데
그만 여태까지 잊어먹었다.
서울에서도 외국인에게 요금을 터무니없이 요구한다는
운전기사가 있다는 보도를 전에 접한 적이 있지만,
아마도 요즘은 많이 개선된 것으로 안다.
개인의 탐욕스런 행위 하나가 나라 전체에 먹칠을 한다는 것을
운전기사들은 명심해야한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차디찬 민박집 주인의 데드마스크, 억울하게 많이 지불한 택시값
음식점에서 당한 좋지못한 일 등으로 프라하는 아직도 선진국이 되기엔,
유로에 편입되기엔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겐 그 열정적인 세 사람의 연주가 준 흥분이 여태까지 소롯이 남아있다.


아담하고 고풍스런 프라하 시내...
환상적인 빛깔의 블루 크리스탈...
웅장한 울림의 ‘토카타와 푸가’...
열정적인 스윙의 ‘세상엔 진실한 평화 없어라’....
이런 저런 좋은 것들을 더 많이 내 추억의 장 속에 간직하기로 했다.





카를교 위에서 동상들을 배경으로...
새벽기차를 타고 뮌헨에서 달려와 또 쉬지도 않고 몇시간씩 걸어다니고...
피곤을 무릅쓴 강행군 탓인지 얼굴에 피로가 쌓여있다.




유유히 흐르는 블티브강...
강 연안의 풍경들과 어울리는 유람선들이 여유롭게 떠다니고 있었다.




강에서 바라본 프라하 성...
이 성안에는 황궁, 성 비타 성당, 성 이르지 수도원 등이 어울려 있었다.




카를교위의 관광객들...
다리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 다리의 전체적인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
뒤에 카를교의 조각품이 보이고 그 뒤로 프라하성이 보인다.




카를교위에서 본 화약탑
양옆에 드문 드문 조각품들이 서있다.



예수 수난 십자가...
가장 먼저 조각되어 지금까지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카를교 위 조각품들 중의 터줏대감.




블티브강 연안의 고풍스런 건물들




고성에서 내려다 본 프라하 시내...흰색과 벽돌색이 어우러진 건물들이
아담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프라하 성안의 황궁옆에 자리한 성 비타 성당. 번쩍이는 금박의 세밀한 벽조각들이
전성시대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용을 전해주고 있다. 성당은 공사중이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유럽의 웬만한 성당은 거의가 다 휴가철을 이용해 공사중인 건물이 많았다.




프라하 광장의 얀후스 동상. 얀후스는  마르틴 루터보다 100년이나 앞서 부패한 카톨릭에 맞서
합리적인 종교개혁을 부르짖다 이단자라고 낙인이 찍혀 화형당한 체코인들의 종교적 아버지.
이 동상 주변의 광장에는 노천 카페도 많고 밤늦도록 체코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만남의 약속장소로 애용되고 있다는 이 동상을 '프라하의 연인'에서는 절묘하게 연출하여
잊을 수 없는 멋진 장소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틴 성당...높은 두개의 첨탑이 기세등등한 이 성당은 구시가에서 가장 아름답고 독특한
건물로 알려져 있었다. 고딕양식의 이 성당은 나중에 전쟁에 이용되기도 했단다.





구시가지의 화약탑...프라하 성을 방어하기 위해 건축된 탑으로
나중에 화약창고로 사용된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이 탑은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고딕양식으로 나중에는 연금술사들이 살기도 했단다.




아침 햇빛속의 프라하 구 시청사 건물...
우리나라 TV CF 광고에도 등장하고 있는 독특한 모양의 천문시계가 유명하다.
매시 정각 5분전마다 시계위의 창문에서 그리스도의 열두제자와 암탉모양의
인형들이 춤을 추는데 사람들이 이것을 구경하려고 발디딜 틈이 없단다.




프라하 시내의 야경....프라하 중심가는 밤에도 불을 밝혀 환했다.
상점마다 가게마다 밤늦도록 손님들이 북적였고..
그러나 조금만 시내를 벗어나면 칠흙같은 어둠으로 온통 캄캄해서
관광객들이 구시가지를 벗어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잊을 수 없는 트리오 연주회...
단상 중앙에 오르가니스트, 그 왼쪽에 소프라노, 오른쪽에 바이올리니스트가 보인다.
양옆 위쪽으로 거대한 파이프가 있는 것은 이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주로 관광객들로 이루어진 청중들은 기대치않은 호연에 정말 오랜동안 박수를 보냈다.
열심히 살고 있는 동구의 수준높은 음악인들...




Emma Kirkby, Sop
Christopher Hogwood, Cond / The Academy of Ancient Music
비발디(A.Vivaldi )의 칸타타 Nulla in Mundo Pax Sincera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의 글로리아(Gloria) 중
<세상엔 진실한 평화 없어라(Nulla in mundo pax sincera)>는
비발디 세속 칸타타의 대표작

출처 : 프라하
글쓴이 : Lis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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